A씨, C씨 구직·주거 도와줬지만 '유품'문제로 다투다 살해

法 "금전적 배상없이 처벌불원서 제출..살인죄 정당화 안돼"

친부의 유품을 가져갔다고 의심해 자신을 거둬준 수양아버지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중국 여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0·여)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중국 길림성에서 아들과 곤궁하게 살고 있던 A씨는 같은 동네에 살던 큰 어른 B씨로부터 여러 번 도움을 받게 됐다. 이 인연을 계기로 B씨는 A씨를 수양딸로 받아들였다.

이후 2007년 A씨는 한국 국민과 재혼을 하게 됐고, 중국을 떠나 새 가정을 꾸리게 됐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도 A씨는 B씨의 장례식을 치르는데 도움을 주는 등 B씨 가족과 친밀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구직을 위해 입국한 B씨의 아들 C씨에게 숙소를 지원해주고 일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7월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친부로부터 물려받은 고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는데 이때부터 C씨를 의심하게 됐다. 해당 고서에는 민간요법, 천문학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뒤 C씨는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A씨는 고서의 행방을 다시 물었으나 C씨는 "내가 재간이 있어서 가져갔지. 나한테 해준 것이 뭐냐"라고 빈정거렸고, 화가 난 A씨는 절굿공이로 C씨의 머리를 내려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도 A씨는 C씨의 동생 등을 통해 고서를 돌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C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11일 오후 8시께 A씨는 자신의 아들, C씨의 동생과 함께 C씨가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 소재 한 고시원으로 찾아가게 됐다.

A씨 등은 C씨에게 고서를 돌려달라며 항의를 했지만 C씨는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고시원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들과 다투던 C씨는 2층 계단에서 함께 굴러떨어지게 됐다. 화가 난 C씨는 "내가 가져갔으면 내 거지!"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층 계단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A씨는 C씨의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내 물건을 가져가고 왜 주지 않느냐. 물건을 내놓아라"고 울부짖으며 C씨에게 갑자기 달려 들어 C씨의 가슴을 수 차례 찔렀다. C씨는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손 부장판사는 "피해자 C씨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던 A씨와는 달리 C씨는 고마움을 표하는데 인색했고, 오히려 A씨가 귀하게 여기던 유품을 훔쳐가면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흉기에 대해 A씨는 사별한 전 남편으로 받은 호신용 물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계획을 가지고 준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C씨의 동생 등은 C씨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진술을 하지만 이러한 사정은 범행을 정당화할 사정은 아니다"며 "범행장소가 누구나 통행할 수 있는 계단인 점, A씨가 도주하지 않고 체포된 점 등을 보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범행 후 자신의 아들을 보내 C씨의 장례를 돕도록 하면서 장례비를 부담했고, C씨의 동생은 금전적 배상을 받지 않은 채 처벌 불원서를 작성해준 점을 참작했다"며 "다만 살인죄에서 유족의 처벌불원의사는 유족의 상실감을 보상할 정도의 정신적·경제적 전보가 이루어질 때 가능할 정도로 대단히 얻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유족 전체의 의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는 항소했다.